지난주에 떡볶이 해먹으려고 냉장고 뒤지는데 크림치즈랑 아보카도가 있더라. 평소에 아보카도 토스트 해먹으려고 사둔 건데, 그냥 한번 떡볶이에 넣어볼까? 싶어서 넣었다.
결과는... 완전 미쳤다.
진짜 이게 떡볶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이 달랐다. 매콤한 떡볶이 소스에 크림치즈가 녹으면서 국물이 완전 부드러워지고, 거기에 아보카도까지 들어가니까 뭔가 고급 파스타 먹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떡볶이에 아보카도라니... 이상한 조합 아닌가? 싶었거든. 근데 한 입 먹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매운 맛이 확 올라왔다가 크림치즈의 부드러움으로 중화되고, 아보카도의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뒤따라 오는데... 이게 삼단 콤보로 입안에서 터지더라.
그리고 비주얼이 정말 예술이다. 빨간 떡볶이 위에 하얀 크림치즈가 살살 녹아내리고, 초록색 아보카도가 포인트로 들어가니까 색깔 조합이 완전 인스타 감이었다. 사진 찍어서 스토리에 올렸더니 댓글이 미쳤다. "이게 뭐야?", "레시피 알려줘" 이런 댓글들이 20개 넘게 달렸다.
친구 불러서 같이 먹었는데, 걔도 처음에는 "야 이거 이상한 거 아니야?" 하면서 의심했다. 근데 한 젓가락 먹더니 바로 표정이 바뀌더라. "야 이거 진짜 맛있다. 너 어디서 이런 거 알아왔어?"
그 뒤로 걔도 집에 가서 바로 해먹었다고 연락 왔다. 심지어 걔 여자친구까지 레시피 달라고 하더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떡볶이를 평소보다 살짝 되직하게 끓이는 게 포인트다. 국물이 너무 많으면 크림치즈가 들어갔을 때 맛이 희석되거든.
떡이랑 어묵이 어느 정도 익으면 크림치즈를 한 스푼씩 넣어서 저어준다. 이때 불을 약하게 해야 한다. 센 불에서 하면 크림치즈가 분리되면서 이상해진다.
크림치즈가 어느 정도 녹으면 아보카도를 큼직하게 썰어서 넣는다. 아보카도는 너무 오래 끓이면 으깨져서 모양이 없어지니까 마지막에 넣어서 살짝만 데워주면 된다.
아보카도 선택하는 게 좀 중요하다. 너무 덜 익은 건 딱딱해서 맛이 없고, 너무 익은 건 물렁해서 떡볶이에 넣자마자 으깨진다.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약간 말랑한 정도가 딱 좋다.
크림치즈는 되도록 덩어리로 된 거 사는 게 좋다. 스프레드용 말고 베이킹용으로 나온 덩어리진 거. 그래야 떡볶이에 넣었을 때 천천히 녹으면서 국물이 크리미해진다.
처음에는 이 조합이 너무 이상해서 실패할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까 왜 진작 생각 못했나 싶었다. 떡볶이의 매콤함, 크림치즈의 부드러움, 아보카도의 고소함이 각각 다른 타이밍에 맛이 올라와서 입안에서 레이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거 먹고 나면 포만감이 장난 아니다. 원래 떡볶이만 먹으면 금방 배고파지는데, 크림치즈랑 아보카도가 들어가니까 훨씬 든든하다. 다이어트 중인 친구도 이거 먹고 "이 정도면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겠다"고 하더라.
요즘은 여기에 모짜렐라 치즈까지 추가해서 먹는다. 크림치즈로 부드러움을 만들고, 모짜렐라로 쫄깃함을 더하니까 식감이 더 풍부해진다. 물론 칼로리는 폭탄이지만...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이거 만들 때 떡볶이 소스에 설탕을 평소보다 조금 적게 넣는 게 좋다. 크림치즈 자체에 단맛이 있어서 너무 달아질 수 있거든. 그리고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면 고소함이 더 살아난다.
사진 찍을 때는 크림치즈가 완전히 녹기 전에 찍는 게 예쁘다. 반쯤 녹아서 마블링 만들어진 상태가 제일 인스타 감이다. 아보카도도 색깔이 선명할 때 찍어야 하니까 만들자마자 바로 사진부터 찍고 먹어라.
이제는 그냥 떡볶이 먹는 게 뭔가 심심하다. 이 조합 알고 나니까 평범한 떡볶이가 너무 단조로워 보인다. 친구들 만날 때마다 이거 해주는데, 아직까지 싫어한다고 한 사람 한 명도 없다.
혹시 아직 안 해본 사람 있으면 진짜 한 번만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재료비도 떡볶이 재료 포함해서 5천 원 정도면 충분하고, 만드는 시간도 15분이면 된다. 그리고 한 번 해먹으면 절대 후회 안 할 거다.